남유럽 관광 호황과 산업 경쟁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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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관광 호황의 명암
남유럽의 관광 산업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동력이 되어왔다. 특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역사와 자연, 음식 문화 등의 매력적인 요소로 인해 전 세계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왔다. 지난여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전례 없는 인파로 혼잡했으며, 아침 일찍 방문하더라도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풍경이 일상이었다. 이는 남유럽이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여전히 막대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광 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이기도 하며, 동시에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여행 정보 확산과 저비용 항공사의 노선 확대가 맞물린 결과이다. 이러한 관광 호황은 단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소 상공인·숙박업·음식업 등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또한 세수 확대와 고용 증대라는 부수적 효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이 호황이 반드시 지속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광산업 중심의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며, 주기적으로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기후 변화에 따른 폭염, 산불, 환경 훼손 등은 관광객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관광산업의 과열은 주거비 상승과 지역 공동체의 해체 등 사회적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따라서 남유럽 국가들은 관광 호황을 단순한 경기 회복 신호로만 보기보다, 이를 적극적인 산업 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산업 정책은 여전히 단기적 관광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테네나 로마 같은 도시는 매년 관광객 수를 늘리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술 혁신이나 창업 생태계 확장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처럼 관광 중심 경제 구조가 장기적 성장의 관점에서는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고부가산업 부재로 인한 산업 경쟁력의 한계
남유럽의 경제 구조는 전통적으로 서비스업에 의존해 왔다. 그중에서도 관광업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제조업이나 첨단산업,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실제로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 내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낮은 국가로 꼽힌다. 이러한 산업 구조적 한계는 생산성 저하, 청년층 일자리 부족, 임금 정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부가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기업의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관광 수익은 대부분 단기 현금 흐름에 집중되어 재투자 효율이 떨어진다. 둘째,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산업 전환을 위한 중장기 전략보다 단기 경기 부양책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혁신 인프라 부족이다. 남유럽의 교육 수준은 높지만, 이를 산업 혁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나 벤처 투자 시스템이 미비하다. 넷째, 행정 절차와 규제가 여전히 복잡해 신산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남유럽 국가들은 높은 관광 수익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쟁력 지수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북유럽과 서유럽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에 성공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제조업 디지털화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렸고, 핀란드나 스웨덴은 정보통신과 환경 기술 분야에서 강점을 확보했다. 남유럽이 이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광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혁신 산업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남유럽의 산업 경쟁력 회복은 ‘관광수입으로 얻은 단기 수익을 어떻게 산업적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관광과 문화 자산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산업,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시티, 농식품 테크놀로지 등은 남유럽의 정체성과 기술 혁신을 결합한 잠재력 높은 분야다. 지속 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관광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관광 의존에서 산업 혁신으로의 전환 필요성
남유럽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광 호황의 수익을 단순히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구조적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우선, 관광 수익을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에 재투자함으로써 신산업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국가는 특히 문화유산과 예술 자원을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역사 관광, 온라인 교육, 또는 지역 특산품을 세계 시장으로 확장하는 플랫폼 산업 등이 그 예다. 또한 남유럽 각국은 유럽연합의 그린 전환 및 디지털 전환 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관광산업이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 받는 만큼,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친환경 교통 인프라 구축이 관광산업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열쇠가 된다. 동시에 청년층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장기적 산업 성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산업 혁신은 단순히 ‘경제 다각화’에 그치지 않는다. 지역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균형 회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관광 수익에 의존할수록 일부 도시나 해안 지역으로 자원이 집중되고, 내륙이나 지방은 상대적으로 소외된다. 그러나 고부가산업 유치는 이 격차를 완화하고, 균형 잡힌 성장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남유럽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관광 호황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발판으로 기술 혁신과 산업 전환을 이룰 것인가. 남유럽의 경쟁력은 이 결단에 달려 있다.
결론
남유럽은 지금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전 세계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관광 호황 이면에는 고부가산업 부재로 인한 구조적 문제, 즉 산업 경쟁력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관광을 통한 단기 부흥은 가능하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산업 다각화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향후 남유럽은 관광으로 얻은 수익을 기술혁신, 디지털 산업,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 동시에 청년 창업 지원과 기업 규제 완화,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남유럽은 더 이상 관광에만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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