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순이익 은행 추월 시대
증권사 순이익이 은행을 추월한 배경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금융 시장의 수익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던 은행 산업은 저금리·고금리 변동기를 거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자산관리,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원을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들어 자본시장의 활황이 이어지고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중개 및 투자 수익이 대폭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일부 시중은행을 제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은행의 경우 예금 경쟁 심화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해 대출 수익이 감소하는 반면, 증권사는 금리 변동에 따라 오히려 채권 운용 수익이 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단이 점차 은행 대출 중심에서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IB(투자은행) 부문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금융 구조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국내외 주요 금융 그룹들도 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증권사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고, 이는 경기 침체나 금리 변동과 같은 외부 요인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는 요인이 됐다. 반면 은행은 규제와 금리 경쟁에 묶여 과거처럼 높은 순이익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바로 ‘증권사 순이익 은행 추월 시대’라는 새로운 금융 질서를 탄생시킨 배경이다.
은행보다 증권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증권사가 은행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의 유연성과 시장 중심의 수익 구조에 있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금융업 모델을 유지해왔지만, 증권사는 투자자문, 트레이딩, 자산운용, 투자금융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특히 최근 ETF(상장지수펀드), 리츠(REITs), 해외 주식, AI기반 자동투자 서비스 등 혁신적인 투자 상품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개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증권사의 실적이 급등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증권사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미 비대면 거래 시스템을 완비하였으며,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와 같은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온라인 고객 기반을 크게 확대했다. 은행이 점포 중심의 영업망을 유지하며 비용 부담을 안고 있는 반면, 증권사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효율적인 영업 구조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재테크 의식 향상과 투자문화 확산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해외 자산 투자가 늘어나며 증권사의 수익 포트폴리오가 눈에 띄게 강화됐다. 한국투자증권뿐 아니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모두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예대마진 경쟁이 심화되고 금융감독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이 정체되고 있다. 즉, 은행이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금융상품 중심이라면, 증권사는 자본시장의 성장성과 투자 다변화를 바탕으로 더 큰 수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금융 시대, 순이익 중심의 질서 변화
이제 ‘순이익 중심의 질서 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 재편의 시작으로 평가된다. 금융 산업의 중심이 예금과 대출이라는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투자와 운용을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높은 금리 시기에 은행이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했지만, 오늘날은 금리 변동성·시장 불확실성 같은 요인들이 증권사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장 데이터 분석, 리스크 관리, 포트폴리오 운용 능력을 갖춘 증권사가 미래 금융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인공지능 기반 자산관리,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영역에서도 증권사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투자 중심 금융 패러다임’이 강화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해외 주요 금융 그룹들도 은행 부문보다 자본시장 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은행보다 증권사가 돈을 더 잘 버는 시대’는 단순한 실적 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산업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앞으로의 경쟁력은 자산운용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그리고 기술 기반 투자 플랫폼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 업계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주도하며 새로운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금융업 전반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결론
은행 중심의 금융 질서가 붕괴되고, 증권 중심의 시장 질서가 떠오르는 흐름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투자증권이 NH농협은행의 실적을 추월한 것은象징적 사건일 뿐, 이러한 변화는 전체 금융업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증권사는 자본시장 확대, 디지털 전환, 투자문화 성숙을 기회로 삼아 수익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 금융산업의 성패는 단순히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은행보다, 다양한 시장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증권사에 더 큰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제공하는 변화이며, 금융소비자 또한 이러한 큰 흐름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금융 패러다임은 더욱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은행과 증권의 경계가 흐려지고, 플랫폼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투자 중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투자자의 시각으로 금융을 바라보고, 자본시장 중심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