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 금가분리 한계와 해외 이동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금가분리 기조와 그 한계
한국의 가상자산 산업은 오랫동안 ‘금가분리’라는 기조 속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이는 금융권과 가상자산 산업이 명확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의미한다. 이런 접근은 2017년 이후 가상자산 시장의 혼란을 정돈하고, 불법 자금세탁 방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은행권의 참여가 막히면서 자금 유입이 제한되고,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와 혁신을 추진할 동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이 점점 제도권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여전히 규제 우선의 보수적 프레임에 머물러 있는 현실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금가분리 기조의 가장 큰 문제는 ‘제도권 밖의 성장’이라는 모순이다. 가상자산 기업들이 법적 불확실성 속에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은행과의 협력은 물론 공공기관 프로젝트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스스로 제한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예컨대, 국내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막대한 행정비용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 결과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해외 법인 설립을 고려하는 실정이다.
또한, 금가분리의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혁신의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이 금융의 한 형태로 통합 관리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되어 제도권 금융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산 토큰화, 증권형 토큰(STO) 등의 신사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음에도, 관련 정책 미비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이 실질적인 추진을 멈춘 상태다. 이처럼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결국 기술 발전의 흐름을 늦추고,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규제 미비 속 해외로 향하는 가상자산 기업들의 이동
한국의 가상자산 기업들은 규제 불확실성과 사업 제약으로 인해 점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싱가포르와 아부다비 같은 규제 친화적 환경이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명확한 가상자산 법 체계를 구축해, 기업들이 안정적인 법적 보호를 받으며 글로벌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또한 아부다비는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가산자산 허브 조성을 추진하며, 외국계 기업들의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두 지역은 단순히 세금 혜택을 넘어, 정부가 직접 시장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극명히 대비된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단순히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지속성 있는 사업 운영 환경과 혁신 생태계 속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예컨대 일부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과의 협력 기회를 확대했고, 현지 정부로부터 제도적 지원을 받으며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령 정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청년 인재와 기술력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로의 이동은 단기적인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규제가 명확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이익과 미래 가치를 쫓아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차원에서 보면 산업 공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빠르게 성장 중인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에서 한국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고, 기술 중심의 경쟁력도 상실될 위험에 처해 있다. 정부가 여전히 리스크만을 강조하며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해외로의 기업 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제도권 편입이 한국 가상자산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주요 국가는 이미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 포함시키며, 규제를 통한 성장 전략을 선택했다. 미국은 SEC와 CFTC의 역할을 분담해 명확한 감독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일본은 은행권과의 협업을 허용하면서 시장을 안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신뢰와 투명성 확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지닌다. 반면 한국은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워왔다.
제도권 편입은 단순히 허가나 등록 절차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시스템 내에서 가상자산을 공식 자산으로 인정하고,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한다는 의미다. 금가분리의 틀을 완화하고, 은행과 가상자산 사업자가 공동으로 위험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또한 국내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해외로 빠져나가던 기술력과 자금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규제 당국으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성장을 동반하는 파트너로 전환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한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중대한 분기점임을 시사한다. 세계는 이미 제도권 편입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재정의하고 있다. 더 이상 규제의 벽 뒤에 숨을 수 없다. 한국이 지금처럼 소극적 태도를 유지한다면, 혁신 중심의 글로벌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명확한 법제화와 정책 추진으로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면 한국은 오히려 기술력과 인프라에서 독보적인 강점을 살려 새로운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제도권 편입’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다.
결론
한국 가상자산 산업은 금가분리 기조에 머무르며 스스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규제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싱가포르, 아부다비 등 해외로 이동하고 있으며, 산업 경쟁력의 공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명확한 제도화와 금융권 협력 체계 구축이다. 금가분리의 벽을 허물고 제도권 안에서 성장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는 함께 제도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신뢰 가능한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동시에 중소 블록체인 기업들이 국내에서 안심하고 혁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세제·정책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가상자산 산업은 미래 금융의 기반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만큼, 지금의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한국이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규제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필수가 될 것이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